2월 27일에 에너지관리공단에서 2008년 '태양광발전주택10만호보급사업'을 주관할 자격을 부여받은 17개의 전문기업이 선정되고 이틀 뒤인 29일에 사업약정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발전주택사업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예상치 못한 보급열기로 인하여 9월초에 무상보조금(약 410억)이 바닦나고 더 이상 물량이 없어 계약서만 들고 올 해를 기약해야 했던 보급일선의 담당자들과 조금이라도 일찍 설치하려 했던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년 말에 괴소문 처럼 떠돌던 불안한 이야기들이 사실로 들어났다. 바로 업체들의 경쟁으로 kw당 무상으로 지원되는 금액이 턱 없이 작아진 것이다. 또 100MW 안으로 설치하여 kw당 668원의 발전차액을 보장받으려는 태양광발전소들이 공사를 조기 완료하려고 태양광모듈(전지판)을 시장에서 싹쓸이 하여 이제 당장 태양광발전주택에 사용할 모듈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격이 낮아 타산이 안 나오는데 제품을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낮은 금액으로 수 백키로의 물량을 받은 지방의 업체가 사업포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이르렀다. 전해준 이로는 거의 포기할 것이란다. 태양광발전주택보급은 이른바 이런 업종의 기업에게는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울며 겨자먹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해 마다 년말이면 전년도 사업을 정리하여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평가를 한다. 당연히 사업을 성실하게 문제 없이 수행한 기업에게 점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업체들에게 많은 물량이 배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롭게 사업에 참여하거나 해을 걸러 참여하는 경우는 이런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른바 신재생에너지전문기업으로써는 미래를 보고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입장으로 한 해를 그냥 재물로 바쳐야 할지도 모르는 결정을 해야 한다.
주택에 설치하는 발전설비는 고정식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제시하는 표준가격은 kw당 900만원 선이었다. 따라서3kw라면 kw당 60%의 무상보조금이니 540만원이 된다. 그러나 이 kw당 지원금을 경쟁입찰을 통하여 최저가로 잘라 선정하다보니 올 해 kw당 보조금은 410만원대로 떨어졌다. 무려 130만원이 차이가 나고 결국 3kw면 390만원이 깍였다는 것이다.
지난 해부터 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태양전지판의 기본소자인 '셀(sell)'은 생산에 한계가 있고 따라서 원재료의 부족으로 태양광모듈의 생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태양광모듈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정부에서 모듈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채용한 '바이패스 다이오드'에 대하여 8% 관세를 부과하면서 태양광모듈은 정말로 귀하고 귀한 몸이 되었다. w당 3600원 하던 가격이 년말을 넘기면서 4000원을 넘고 얼마전에는 4500원이 넘었다고도 한다. 4200원씩만 잡아도 3kw면 태양광전지판의 가격은 1260만원이다. 거의 2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주택에 설치하는 3kw급의 발전설비의 가격을 책정하면 다음과 같다.
태양전지판 |
인버터 |
구조물 및 설치비 |
전기재 및 설치비 |
계약 및 검수경비 |
관리,경상경비 |
1260만원 |
120만원 |
120만원 |
50만원 |
30만원 |
100만원 |
계 |
1680만원 |
보조금 포한 소비자 부담금은 1230만원 + 650만원 = 1880만원 이다. 여기에 10% 부가세가 공제되면 최종 남는 금액은
1709만원이다. 결국 위의 수치대로 계산하면 순이익은 약 30만원이다.
주택 100채(300kw)를 1년 동안해도 3000만원 남는다.
이 것이 어찌 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제가 계산한 것이 각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10% 내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국내에는 내노라하는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전문기업이 꽤 있다. 작년에도 신재생에너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주택보급에서 이른바 최저가 입찰제를 통과하지 못 한 능력있고 유망한 전문기업이 상당수 있었다. 따라서 최저가 입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생기업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있고 특별히 마땅한 대안도 찾을 수 없었다. 관련전문가들은 예년의 힘들었던 수지를 생각하면서 적어도 올 해는 너무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어디 말 처럼 다 그렇게 되는가? 현실을 보면 업체 스스로 경쟁의 함정에 빠진 모습이다.
기업들은 소비자부담금을 올리려 한다. 그러나 예년에 550만원 선으로 보급되었던 것이 갑자기 1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다. 650만원도 매우 부담이 되는 가격이고 실물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달에 몇 만원씩 전기료를 절감하자고 거금을 선뜻 내어놓을 수 없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과 전기료의 현실화를 우려한다고 다소 막연한 앞 날을 위하여 투자하기도 어렵다. 돈이 주머니에 넘친다면야 '광에서 인심난다'고 기대할 수 있지만 '경제만을 살리자'고 대선을 결행한 우리들이 내일을 위하여 오늘 주머니를 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몇 몇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사업은 진행될 것이다. 결국은 기업이 어떻게 이런 함정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관건이다. 자비로 사다리를 사서 나오느냐 아니면 어떻게든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냐이다. 물론 양 측다 손쉽지 않다. 따라서 사용제품의 부담을 줄이는 시도를 할 것이다. 항간에서 중국산 모듈이 시중에 보급될 것이라 한다. 내가 아는 바로는 국내에서 나름대로 검증받은 중국산 모듈은 suntech 과 solarfun 이다. 둘 다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고 국제적으로도 인기가 있는 제품이니 딱 무어라고 흠잡을 수 없다. 단지 우려된다면 태양광발전설비는 최소20년에서 최장 30년까지 보장되는 설비이다.
따라서 이런 제품들이 만일에 중간에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실재로 100만원이 가격차이가 난다해도 20년으로 따지면 한 달에 약 2000원의 부담이다. 여러분 같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내년에는 정부무상보조금이 올 해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즉 직접적으로 소비자 부담금이 약 200만원 정도 올라야 한다.
현재 60%의 지원금이 어찌되었든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그렇다고 올 해의 부담금을 너무 깍는 선택은 멀리 20년 30년을 바라봐야 하는 태양광발전설비로써는 분명하게 선택하여서는 안 된다.
얼마전에 모 카페에서 '공동구매를 통하여 500만원선으로 소비자부담금을 낮출 수 있다'라고 하는 주장에 반박을 하였더니 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졌다. 솔직히 상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그냥 넘기고 말았다.
세상에 이런 말이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조사하고 연구해도 시장에 까발려진 가격은 어쩔 수 없다.
선택은 바로 소비자의 몫이고 손해도 결국은 소비자의 몫이다.